2012년 10월 11일 목요일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문화

우리 아이는 미국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다. '아메리칸 걸'이라는 인형을 좋아하는데, 친구가 학교에 이 인형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우리 아이 역시 학교에 가져가고 싶어한다. 킨더 때는 선생님께서 이메일을 보내셔서 학교에 장난감 가져오지 말라고 당부를 하셨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비슷한 조처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실제 상황은 예상과 정반대. 분실 등의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질 수 있고, 쉬는 시간에만 가지고 놀면 괜찮다고... 어려서부터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듯 느껴졌다.

우리 회사는 근무 시간과 장소에 대한 제약 조건이 별로 없다. 12시 넘어서 출근해도 되고 재택근무를 해도 되고, 출근 후에 낮잠을 자도 상관없다. 자기 할 일만 책임지고 완수 또는 초과 달성하면 된다.  예전 포스팅에서 객관적 평가 척도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사실 꾀를 부리면 자유로운 근무조건을 악용할수 있는 여지도 많이 있을텐데, 실제로 그런 일은 거의 찾아볼수 없는데 어려서부터 훈련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는 회사에서 내가 제안하고 시도하는 아이디어에 대해서 매니저나 멘토에게 확인을 받고 일에 착수하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해당 사항으로 미국인 동료로부터 개선사항으로 피드백을 받은 적도 있었다.  나쁘게 표현해서 '선생님 다 했어요! 확인해주세요!' 같은 분위기라고 할까. 나의 학창 시절 선생님과의 관계를 돌이켜보면 서글프게도 내 스스로 뭔가를 결정하고 추진해본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2012년 10월 3일 수요일

애플 지도 사용기

지난번 포스팅 올린 후로 약 열흘 가량 간간히 애플 맵을 사용해 보았다.


맥주 사러 나갈까 싶어 길찾기를 했더니 목적지는 북쪽에 있는데 길은 남쪽으로 보여준다. 어처구니 없는 오류인듯 해서, 오류 보고만 되면 1주일 정도에 고쳐지리라 기대했는데, 비슷한 문제가 인터넷 여기저기 올라와도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재현되고 있으니 쉬운 문제는 아닌가보다.


그 다음 발견한 오류는 잘못된 지역 검색 결과. 아이가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가고 싶다고 해서 찾아보니 우리 동네에 두 개가 표시된다. 서울도 아니고 이 동네에 두 개씩 있을리 없는데... 개인적으로 스트리트뷰를 그다지 많이 활용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불안할 때 확인하는 용도로 스트리트 뷰는 요긴하다. 하지만 애플맵에는 스트리트뷰가 없으니 확인 불가. 구글 맵 스트리트뷰로 찾아보니 아래쪽이 맞다.
그럼 위의 것은 왜 나오는 것일까? 눌러보면 옐프 데이터가 소스인 듯. 애플 지도의 문제를 데이터 문제라고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옐프에서 찾아보면 정확한 위치를 보여주기 때문에 데이터 문제는 아니다.

데이터와 내부 구성을 모르니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몇 가지 찍어 보면 얼추 감은 오는데,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외에도 부동산 때문에 Trulia, Zillow 같은 앱들을 사용해보면 모두 애플맵으로 교체되었는데, 랜드마크를 선정해서 보여주는 방법의 일관성이 떨어져서 지도를 보기가 매우 어려웠다. 서울 지도를 지하철 노선 기준으로 보듯이, 우리 동네는 기차길과 역을 기준점으로 삼아 지도를 보고는 한다. 그런데 애플 맵은 줌 레벨을 바꾸면서 일관성 없이 기차역이 보였다 사라졌다 하면서 혼동스러웠다. 실리콘 밸리의 엘까미노리얼처럼 길 자체가 기준이 되면 큰 문제 없을 수도...

배우자의 아이폰을 업그레이드해서 네비게이션을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나, 로컬서치와 길 찾기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사례를 몇 개 보고 나니 업그레이드를 거부하는 배우자를 설득했다가 나중에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기 십상이겠다 싶어 포기했다.


그 외... 대중교통이 없다는 것이 흔히 지적되는 애플맵의 문제인데, 뉴저지로 이사간 후로 활용도가 줄기도 했지만, 뉴욕에 거주할 때도 구글맵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지는 않았다. 노선들에 조금 익숙해지고 나면 오히려 NYC Mate같이 종이 지도를 넣어 놓은 앱이 오히려 이용하기 편리하다. 뿐만 아니라 뉴욕 지하철은 인터넷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지도 데이터를 다운로드하는 앱이 더 안정적이다.

3D는 관심사가 아니기는 한데, 맨하탄 조차도 100% 커버하지 못하니 (북쪽의 Cloisters는 2D) 약간 실망.



애플측에서는 사용자들이 많이 이용하면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얼마나 걸릴지는 언급하지 않았고,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기술적인 문제 자체 보다 애플이 극복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는, 애플이 바라보는 주요 가치가 검색이나 인터넷 서비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예전에 삼성전자에서 일할 때 소프트웨어 코드를 공장 부품 재고 관리하듯 했었었는데, 사람은 자기가 성공한 방식 또는 잘 하고 있는 방식을 그대로 다른 분야에도 적용하고 싶기 마련이고, 애플 지도가 검색 퀄리티 보다 3D와 UI에 집중한 듯한 흔적을 보면 역시 비슷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듯하다.

구글은 연말까지 지도 앱을 제공할 마음이 없는 듯 하고, 애플 맵은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이 낮아 보이니, 사용자를 위해서는 기존 iOS 구글맵을 iOS6에서도 선택 사용할 수 있게 patch를 만들어주는 것이 제일 좋을듯 한데, 애플이 그렇게 하고 싶어하지는 않을 듯 싶고... 우스운 모양새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