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삼성전자에서 일할 때, 회사는 철저하게 시간 단위로 직원들의 근무를 관리했다. 담배 피우러 나가는 시간도 아이디 카드로 기록했고, 화장실이나 건물 층계에 너무 오래 있으면 전화가 온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공식적인? 이유는 돌연사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들었지만 사무실에서 이탈한 시간을 관리하는 것으로 인식하고는 했다) 야근은 2시간 단위로 5000원인가를 지불했는데, 내 시간당 생산성이 2500원 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참 우울했다. 모든 것을 시스템화해서 시간으로 관리하니 당연히 나의 반응도 시간 개념일수 밖에 없었고, 그 시스템의 규칙만 지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게 느껴졌다.
그 당시 출근 시간은 8:30이었다. 잠실역에서 막차 출근 버스를 타면 수원 사업장에 도착해서 아침 식사를 하고 업무 시작 시간까지 제법 시간이 남았다 - 출근 버스를 운행하는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지각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 훨씬 일찍 운행했을텐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여분의 시간이 참 아까웠다. 이 시간에 블로그 글들과 신문 기사들을 여러 개의 탭으로 열어 놓았다. 이유는 근무 시간부터는 비업무 웹사이트 방문을 모두 기록 관리했기 때문. 미리 열어 놓아 두면 업무 시간에 비업무 사이트 방문 횟수가 올라가지 않을 것 같았다. 적어도 웹페이지를 닫는 것을 잊었다고 변명할 수는 있으니까. 그리고 업무시간에 그 글들을 읽고는 했다.
외국계 회사로 옮기고도 꽤 오랫 동안 나는 시간 단위로 일하는 사고 방식에서 잘 벗어나지 못했다. 사실 지금도 나는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는 관행을 잘 지키는 편이다. 그 이하로 일하면 마음이 불편하다고 할까.
오늘은 저녁 퇴근할 즈음에 반차 휴가를 내고 나왔다. 사무실에는 8시간 이상 있었는데, 사적인 일 처리가 생각보다 길어져서 실질적인 업무 시간은 반 밖에 안 되었기 때문이다. 양심적으로 떳떳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회사는 성과 위주로 평가되는 회사인지라 근무시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근무 시간당 성과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과를 내면 능력있는 사람으로 빛나 보인다고 할까. 그러니 회사 책상에 오래 앉아 있으면서 뭔가 진척되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면 왠지 무능력하게 느껴져서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미국 회사가 모두 성과 중심은 아닌 듯 싶다. 고객으로부터 시간당 수임을 받는다거나, 업종이 오래된 경우 시간 중심으로 근무하는 곳도 많은 듯.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