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3일 화요일

나이가 중요한 사회

외국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호칭도 수평, 조직 문화도 수평이어서 좋다고들 이야기한다. 나도 나이와 상관없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 대화하고 일하는 우리 회사가 좋다.


그런데 이게 사적인 영역에서는 아직도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아이의 친구가 '하이 정큰'이라고 내 이름을 불러대는 건 그냥 그런가보다 하겠는데, 옆집 초등학교 아이와 경주하면서 놀아주다가 살짝 져주면서 '너 잘하는데'라고 칭찬해줬더니 돌아온 반응 '너도 잘하는데~'를 듣는 그 순간 어색함과 느끼함이란...


왜 나는 초등학교 아이로부터 수평적인 관계가 되는 순간 마음이 불편했을까? 어려서부터 어른 말씀 잘 듣고 잘 따르도록 배워왔기 때문인 듯. 대학교에서도 선배에게 깍듯이 존댓말을 썼고, 회사에서는 상사의 말을 잘 이해하고 따르는데 중점을 두어왔으니... 오랜세월 몸에 베인 그 관계가 뒤집히며 아이에게 칭찬을 들으니 불편할 밖에.

그런데 왜 나는 15살 어린 팀장과 불편하지 않게 일하고 있는 것일까? 나보다 한참 어리지만 팀장으로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없는 것은 결국 지금 팀장이 똑똑하고 아는 것 많고 대화를 통해 일을 끌어나가는 리더쉽을 보이기 때문인 듯 (여기에 나의 어눌한 영어가 두 몫 더 해준다). 즉 상대방의 생산성이 나의 생산성 보다 높다는 것을 인정할 만한 충분한 근거들이 있고, 그 생산성의 차이를 논리적인 대화 방식으로 객관적으로 인정하게끔 만들어주는 분위기가 조화를 이루는 듯하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볼 때, 우리나라 사회는 개개인의 능력 및 생산성의 차이 보다 나이에 따른 경험 축적에 기반한 능력차이가 더 큰 역할을 하는 사회 구성이었기 때문에 나이에 따른 수직 관계가 사회 질서 유지 방법으로 자리 잡게 된 것 아닐까 하는 ...역사적 근거 자료 없는 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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