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호칭도 수평, 조직 문화도 수평이어서 좋다고들 이야기한다. 나도 나이와 상관없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 대화하고 일하는 우리 회사가 좋다.
그런데 이게 사적인 영역에서는 아직도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아이의 친구가 '하이 정큰'이라고 내 이름을 불러대는 건 그냥 그런가보다 하겠는데, 옆집 초등학교 아이와 경주하면서 놀아주다가 살짝 져주면서 '너 잘하는데'라고 칭찬해줬더니 돌아온 반응 '너도 잘하는데~'를 듣는 그 순간 어색함과 느끼함이란...
왜 나는 초등학교 아이로부터 수평적인 관계가 되는 순간 마음이 불편했을까? 어려서부터 어른 말씀 잘 듣고 잘 따르도록 배워왔기 때문인 듯. 대학교에서도 선배에게 깍듯이 존댓말을 썼고, 회사에서는 상사의 말을 잘 이해하고 따르는데 중점을 두어왔으니... 오랜세월 몸에 베인 그 관계가 뒤집히며 아이에게 칭찬을 들으니 불편할 밖에.
그런데 왜 나는 15살 어린 팀장과 불편하지 않게 일하고 있는 것일까? 나보다 한참 어리지만 팀장으로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없는 것은 결국 지금 팀장이 똑똑하고 아는 것 많고 대화를 통해 일을 끌어나가는 리더쉽을 보이기 때문인 듯 (여기에 나의 어눌한 영어가 두 몫 더 해준다). 즉 상대방의 생산성이 나의 생산성 보다 높다는 것을 인정할 만한 충분한 근거들이 있고, 그 생산성의 차이를 논리적인 대화 방식으로 객관적으로 인정하게끔 만들어주는 분위기가 조화를 이루는 듯하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볼 때, 우리나라 사회는 개개인의 능력 및 생산성의 차이 보다 나이에 따른 경험 축적에 기반한 능력차이가 더 큰 역할을 하는 사회 구성이었기 때문에 나이에 따른 수직 관계가 사회 질서 유지 방법으로 자리 잡게 된 것 아닐까 하는 ...역사적 근거 자료 없는 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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