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9일 일요일

미국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싶었던 시절

석사 졸업하고 처음 입사했었던 우면동의 LG전자의 당시 분위기는 정말 화기 애애한 곳이었다. 점심 시간에는 족구를 징하게 열심히 했고, 중간 중간 휴식 시간에 이야기도 많이하고, 자료실에서 책 보는 것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마치 대학원생인양 주기적으로 세미나도 자주 하고...  그 당시 내가 회사에 대해서 가졌던 인상은 상당히 자족적인 조직이었다. 의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일을 한다기보다, (의미있는 연구는 선진국에서 하는 것이고) 우리는 그냥 연구소에 있으니까 비슷한 연구를 하는 느낌.

당시 팀장이 무선 모뎀을 만들어보겠다고 하니, 연구 소장님이 알아보시고는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면서 컨설턴트를 붙여주셨다. 연구 소장님의 대학 동기 분이셨던 컨설턴트는 미국에서 박사를 받으시고 미국 회사에서 일하시다 컨설팅 회사를 만드신 분이였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석달에 한 번 정도 오셔서 3주 정도 집중적으로 봐주고 가셨던 것 같은데, 그 당시 우리 팀이 개발하던 무선 모뎀 알고리즘은 물론이고, 내가 개발하던 하드웨어도 아주 잘 알고 계셨기 때문에 실무 측면에서 배우는 것이 많았다. 기술적인 측면 뿐 아니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법과 의사 결정하는 면에서도 당시 회사의 상사들로부터 볼 수 없었던 새롭고 합리적인 것들이 많았다. 적어도 나에게는 존경의 대상 그 자체였다.

사적인 조언도 많이 해주셨었는데, 미국 회사에 들어가면 일하는 강도가 세서 하루 8시간 일하고 나면 지쳐서 더 일하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대신 1년 일하고 나면 아주 많이 배운다고... 내가 우러러보던 그것이 미국 회사에 가면 배울수 있는 것이었구나... 그렇게 나의 미국 병이 시작되었다. 무불통지의 실력자로 변신하는 꿈.  (그러고보니 야무진 꿈을 갖고 있던 시절이 있었구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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