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9일 토요일

직역하면 착각하는 영어 표현

수 십년간 한국 말로만 살아왔으니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면 언제나 머리속에서 번역하는 과정이 수반된다. 이 번역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하나의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것이고, 단어든 숙어든 아는 수준에서 1:1로 바꾸게 되는데 종종 원래 의미와 다른 의미로 바뀌어지는 경우가 있다.

처음 미국 회사에서 일하면서 코드 리뷰를 하는데 상대방이 보낸 메일에 "Why don't you ..." 라는 표현이 있었다. "이렇게 하는게 어때요?"라고 해석해야겠지만, "너 왜 이렇게 안하니?"로 자꾸 읽히니 묘하게 불쾌해졌다. 나중에 알고보니 why don't you...는 정중한 표현은 아니고... you might want to do ...가 정중한 표현이라고... 그런데 이 "you might want to do ..." 표현도 코드 리뷰를 받으면서 처음 접했는데, 한 동안 "네가 이걸 원할지도 모르겠구나"로 해석을 하고는 '원하지 않는데' 하면서 무시하고 그냥 내 마음대로 코드를 짰다는.... 지금 생각하니, 리뷰해준 사람이 조금 황당했겠다 싶다.

미국 사람들은 참 긍정적인 표현을 많이 해주는데, 문만 잡아줘도 Thank you, 길만 조금 비켜줘도 Thank you... 때로는 진심인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고마움을 표시하고 칭찬하면 왠지 아부하는 것으로 보일까봐, 아니면 상대방 기고만장 버릇없게 될까봐, 무표정을 미덕으로 믿고 살아온 입장에서는 한 동안 칭찬 받으면 어색하고, 반대로 칭찬해줘야하는 상황은 아직도 잘 대처가 안 된다.

퇴근 길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15분 가량 걷는데 가로등이 별로 없기 때문에 겨울에는 많이 어둡다.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과 방향이 같아 같이 걸어오면서, 가방에서 플래쉬를 꺼내 켰더니 "... smart idea"라고 칭찬을 해준다. 어두운 길에 플래쉬를 가지고 다니는게 "똑똑한 아이디어"씩이나 될 수 없다는 건 상식 수준이라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겠지만, 일단 smart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머리속 번역기는 직역을 하면서 천재라도 된 듯한 착각을 만끽한다. (별로 똑똑하지 않은 스마트 폰 덕분에 smart의 의미가 많이 퇴색하기는 했다만...)

비슷하게, 아이디어를 발표한다거나 할 때 쉽게 접할 수 있는 반응은 I like your presentation / idea 와 같은 표현들. 이 표현도 처음 한 동안은 정말 내 발표 내용이나 아이디어가 좋아서, 관심이 많아서 해주는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리고 푼수처럼 신나서 내 이야기를 떠들어댔는데, 대화를 조금 더 해보며 반응을 살펴보니 과장 조금 보태서 그냥 "수고했어요" 정도로 번역하면 딱인 듯 하다. 

2013년 6월 16일 일요일

개인화된 구글 지도

지난 달 구글에서 새로운 지도를 발표했다. http://google-latlong.blogspot.com/2013/05/meet-new-google-maps-map-for-every.html

새로운 시도는 꾸준히 있어왔기 때문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는 않았었다. 초청장 기반으로 사용해볼수 있기 때문에 일단 초대 신청을 해 놓았고 2주 가량 새로운 맵스로 사용해 볼 수 있었는데, 기존에 잘 사용하던 기능들(스트릿뷰, 마이 맵스)을 어떻게 사용할지 어리둥절하게 하는 불편한 점들을 제외하면 기존 지도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무심코 보다가, 내가 검색했거나 리뷰를 남겼던 음식점이나 도서관 등이 지도에 잘 보이게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뉴욕 맨해튼의 새 지도를 보면, 한국 음식점 '초당골', '반' 그리고 한아름 마트가 보이고, 장난감 가게인 FAO Schwarz, 아메리칸 걸 플레이스, 레고 스토어도 보이는데 모두 한번 이상 갔었던 곳이다. 그리고 뉴욕 출장 때 머물렀던 Eventi Kimpton Hotel이 보인다.

원래 지도와 비교해 보면, 기존 지도는 벡터 맵이 아니기 때문에 줌 레벨을 자연스럽게 변경할 수가 없다. 상세하게 보면 길 이름이 빽빽하게 보이고 내가 전혀 찾아본적도 없는 Hooters, Ameritania을 보여주고 있다. (사용자에 따라서는 이 빽빽한 정보를 더 좋아할수도 있을것 같다)


조금 넓게 해서 보면 주요 도로, 주요 지역(neighborhood), 록펠러 센터처럼 누구에게나 유명한 landmark 중심으로 표시해 준다.


개인화된 지도가 좋은 점은 내가 잘 아는 곳을 더 중요하게 보여주므로써 빠른 시간 내에 지리적 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아이와 종종 가는 아메리칸 걸 스토어가 지도에 보이면 5th Avenue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다른 장소와의 지리적 관계를 파악하기가 쉬워진다는데 있다. 굳이 길 이름을 외우거나 주변의 다른 건물들을 찾아 보지 않아도 된다. 강남 교보를 잘 아는 사람에 강남대로 사평대로 사거리로 설명하는 것보다 강남교보로 설명하는 것이 의미 전달이 쉽듯 말이다.

또 다른 개인화의 장점은 기록으로서의 의미. 지난 달 메모리얼 데이에 보스톤에 갔었는데, Union Oyster House와 Atlantic Fish에서 식사를 했고, The Paul Revere House, Boston Public Library, The Mary Baker Eddy Library등을 들렀었는데 지도에 표시되었다. 그리고 숙소 근처에 있어서 갔었던 아주 맛있는 폴란드 음식점 Cafe Polonia도 지도에 표시되었다.


아마도 평점이나 리뷰를 남겼기 때문에 표시된 듯 하다. (그도 아니면 검색해서 찾아봤을 듯). 예전 같으면 My Maps라는 기능으로 보스톤 여행에 대해서 따로 기록을 남겨두었겠지만, 은근 귀찮은 일이고 노력 대비 효용 가치도 높지 않아 잘 하지 않게 된다. 검색하고 평점을 주면 내가 원하는 스타일은 아니겠지만 나만의 지도를 남기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남길 수가 있다는 이야기.

보스톤의 기존 형식의 지도.

아쉽지만 한국 지도에서는 벡터 맵이나 개인화된 지도를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