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미국 회사에서 일하면서 코드 리뷰를 하는데 상대방이 보낸 메일에 "Why don't you ..." 라는 표현이 있었다. "이렇게 하는게 어때요?"라고 해석해야겠지만, "너 왜 이렇게 안하니?"로 자꾸 읽히니 묘하게 불쾌해졌다. 나중에 알고보니 why don't you...는 정중한 표현은 아니고... you might want to do ...가 정중한 표현이라고... 그런데 이 "you might want to do ..." 표현도 코드 리뷰를 받으면서 처음 접했는데, 한 동안 "네가 이걸 원할지도 모르겠구나"로 해석을 하고는 '원하지 않는데' 하면서 무시하고 그냥 내 마음대로 코드를 짰다는.... 지금 생각하니, 리뷰해준 사람이 조금 황당했겠다 싶다.
미국 사람들은 참 긍정적인 표현을 많이 해주는데, 문만 잡아줘도 Thank you, 길만 조금 비켜줘도 Thank you... 때로는 진심인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고마움을 표시하고 칭찬하면 왠지 아부하는 것으로 보일까봐, 아니면 상대방 기고만장 버릇없게 될까봐, 무표정을 미덕으로 믿고 살아온 입장에서는 한 동안 칭찬 받으면 어색하고, 반대로 칭찬해줘야하는 상황은 아직도 잘 대처가 안 된다.
퇴근 길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15분 가량 걷는데 가로등이 별로 없기 때문에 겨울에는 많이 어둡다.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과 방향이 같아 같이 걸어오면서, 가방에서 플래쉬를 꺼내 켰더니 "... smart idea"라고 칭찬을 해준다. 어두운 길에 플래쉬를 가지고 다니는게 "똑똑한 아이디어"씩이나 될 수 없다는 건 상식 수준이라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겠지만, 일단 smart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머리속 번역기는 직역을 하면서 천재라도 된 듯한 착각을 만끽한다. (별로 똑똑하지 않은 스마트 폰 덕분에 smart의 의미가 많이 퇴색하기는 했다만...)
비슷하게, 아이디어를 발표한다거나 할 때 쉽게 접할 수 있는 반응은 I like your presentation / idea 와 같은 표현들. 이 표현도 처음 한 동안은 정말 내 발표 내용이나 아이디어가 좋아서, 관심이 많아서 해주는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리고 푼수처럼 신나서 내 이야기를 떠들어댔는데, 대화를 조금 더 해보며 반응을 살펴보니 과장 조금 보태서 그냥 "수고했어요" 정도로 번역하면 딱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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