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3일 토요일

크롬캐스트 사용 소감

35불짜리 크롬캐스트를 사면 넷플릭스 석달(24불 어치) 무료라는 것을 보고, 크게 손해볼 것 없겠다 싶어 Bestbuy에서 서둘러 주문했다. 넷플릭스 사용권은 이메일로 도착해서 바로 입력해두었고 기계는 생각보다 빨리 배송되어 주문한지 며칠 되지 않아 도착했다.

첫 사용 소감은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편하게 설정/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조금 의외였다 (구글 첫 제품에 대한 기대수준이 낮은 것인지도...) 무선랜 암호를 설정하지 않아도 노트북 컴퓨터에서 설정을 시작할 수 있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내용을 TV로 볼 수 있었다. 

크롬캐스트 발표 소식을 듣고 물건이 도착할때 까지 크롬캐스트가 어떤 용도에 유용할지 궁금했다. 구글의 광고 동영상을 보면 모바일 디바이스로 보다가 다른 사람들과 다 같이 보고 즐기는 장면이 나오는데, 내 일상을 되돌아보면 사실 그런 필요성은 별로 없다. 일단 가족들이 다 같이 보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그냥 노트북이나 아이패드 정도에서 보는 것이 크게 불편하지 않고, 몇 걸음 안 되더라도 다 같이 TV가 보이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도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고, 열심히 꼬셔서 같이 보자고 TV앞으로 옮겼는데 재미없다면 더더욱 난감, 사진은 이미 개인 디바이스의 SNS에서 각자 필요에 따라 보고 있고, 음악이나 동영상은 서로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 디바이스가 더 적합해 보인다. 크롬캐스트를 사용한지 아직 1주일이 채 안 되어 확언하기는 이르지만, 대략 예측이 맞는 듯... 다 같이 모여 크롬캐스트를 보는 일은 한번도 없었다. 

넷플릭스는 아이가 Roku를 이용해서 즐겨보는 시리즈 물들이 있는데, 원하는 편을 선택해서 보다가 멈췄다가 다시 보기를 반복하는 수준이다. 이 과정을 아이패드나 휴대폰에서 해보니 동작은 되는데, 멈추기 위해서 모바일 디바이스의 화면을 해제하고 앱을 찾아 들어가는 과정을 몇차례 경험하니 매우 번거로워서 그냥 로쿠 리모콘이 훨씬 편해보인다 - 시계 보기 위해 데스크탑 컴퓨터 켜는 느낌이랄까... 간단한 기능의 리모콘을 같이 제공해주면 좋겠다. 아니면 스마트폰 잠금 화면 상태에서 쉽게 제어할 수 있으면 될지도...

유튜브를 굳이 TV에서 볼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30분 이상되는 동영상을 보는 것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예를 들면 라이브 콘서트. 배경 음악처럼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유튜브 MBC 뉴스가 있는데 저녁 8시 뉴스 1시간 분량을 통째로 올려주는 섹션이 있다 (모바일 디바이스에서는 찾지 못하겠고 노트북에서만 찾음)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것이라 특별한 의미없는 뉴스이지만, 미국에서는 컴퓨터에서 1시간 분량의 뉴스를 틀어 놓고 볼 일은 없는지라 뉴스 동영상이 제공되는 줄도 몰랐었다. 소파에서 딴짓하면서 TV에 계속 흘러나오는 뉴스를 보니 오랫만에 TV를 TV답게 사용하는 듯한 생각이 들더라.

크롬캐스트로 MBC뉴스를 보면서, 네이버가 사실상 종이 신문의 자리를 차지했듯이 클라우드(유튜브)가 방송국 자리를 차지하게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글 캐스트 사용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구글 캐스트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제작사가 늘어날테니까. 이 것이 애초의 구글 TV의 존재의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이 상실 수준의 키보드까지 붙여주던 구글 TV가 실패의 연속 끝에 마음을 비우면서 꽤 쓸모있는 제품을 만든 듯하다. 거실의 TV를 개혁하고픈 많은 회사들이 그 동안 디바이스 레벨에서 고전해왔다면, 크롬캐스트나 유사한 다른 제품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급되면, ball은 클라우드 회사로 넘어가서 양질의 컨텐츠(현재 주요 방송사들의 프로그램들)를 끌어들여 사실상의 동영상 보급 채널을 재편하는 것이 다음 숙제가 될 듯하다.

* 크롬캐스트에서 사람들이 가장 아쉬워 하는 점이 로컬 저장 장치에 있는 동영상을 재생할 수 없다는 것인데, 불법 동영상의 매력을 무시하고 네트웍만 충분히 빠르다면 세상 대부분의 동영상(개인 촬영분 제외)을 내 저장장치에 저장할 필요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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