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8일 토요일

모토 X의 액티브 디스플레이와 개인 비서로서의 전화기

모토로라에서 만든 새 전화기 모토 X가 생겼다. 예전에 쓰던 갤럭시 넥서스와 비교해서 몇가지 차이전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active display와 touchless control이다.

꺼져있는 전화기 화면에 수시로 시계와 자물쇠 그림이 나와서 설정 해제해야겠다 싶어서 찾아보면서 알게되었다.  설정 해제하려던 의도와는 반대로, 생각보다 이 기능이 쓸모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내가 전화기를 필요로할 때 마다 액티브 디스플레이가 동작한다. 즉 시계 보려고 주머니에서 꺼내서 버튼을 누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책상이나 소파 위에 던져놨다가 손을 뻗쳐도 신통하게도 이 화면이 켜진다.

그 외에 화면이 꺼져있는 상태에서 말로 "오케이 구글 나우"라고 하면 화면이 켜지면서 명령이나 검색을 할 수 있는 touchless control이라는 기능도 있다.  사실 손대지 않고 말로 할 수 있다는 이 기능은 홍보물을 통해 본 기억이 있는데, 그 때는 그냥 그렇고 그런 (삼성전자에서) 흔히 물건 팔기위해 홍보하는 쓸모없는 사치스런 기능이려니 생각했었다.

버튼 한 번 누르는 것을 생략한다는 것이 별거 아닌 듯 하지만, 소소한 편리함을 주기도 하려니와,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전화기가 나를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프라이버시에 대해서 민감한 사람이라면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스마트폰이 언제나 나를 위해 대기하고 있구나 싶어 긍정적이다.

얼마 전에 테크크런치에 구글이 지향하는 바는 개인 비서라고 말하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http://techcrunch.com/2013/12/25/google-wants-to-build-the-ultimate-personal-assistant/, 위 두 기능(active display, touchless control)은 개인 비서 역할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느낌을 준다.


2013년 12월 7일 토요일

시간 중심의 근무와 성과 중심의 근무

오래전 삼성전자에서 일할 때, 회사는 철저하게 시간 단위로 직원들의 근무를 관리했다. 담배 피우러 나가는 시간도 아이디 카드로 기록했고, 화장실이나 건물 층계에 너무 오래 있으면 전화가 온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공식적인? 이유는 돌연사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들었지만 사무실에서 이탈한 시간을 관리하는 것으로 인식하고는 했다)  야근은 2시간 단위로 5000원인가를 지불했는데, 내 시간당 생산성이 2500원 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참 우울했다. 모든 것을 시스템화해서 시간으로 관리하니 당연히 나의 반응도 시간 개념일수 밖에 없었고, 그 시스템의 규칙만 지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게 느껴졌다.

그 당시 출근 시간은 8:30이었다. 잠실역에서 막차 출근 버스를 타면 수원 사업장에 도착해서 아침 식사를 하고 업무 시작 시간까지 제법 시간이 남았다 - 출근 버스를 운행하는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지각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 훨씬 일찍 운행했을텐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여분의 시간이 참 아까웠다. 이 시간에 블로그 글들과 신문 기사들을 여러 개의 탭으로 열어 놓았다. 이유는 근무 시간부터는 비업무 웹사이트 방문을 모두 기록 관리했기 때문. 미리 열어 놓아 두면 업무 시간에 비업무 사이트 방문 횟수가 올라가지 않을 것 같았다. 적어도 웹페이지를 닫는 것을 잊었다고 변명할 수는 있으니까. 그리고 업무시간에 그 글들을 읽고는 했다. 

외국계 회사로 옮기고도 꽤 오랫 동안 나는 시간 단위로 일하는 사고 방식에서 잘 벗어나지 못했다. 사실 지금도 나는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는 관행을 잘 지키는 편이다. 그 이하로 일하면 마음이 불편하다고 할까.

오늘은 저녁 퇴근할 즈음에 반차 휴가를 내고 나왔다. 사무실에는 8시간 이상 있었는데, 사적인 일 처리가 생각보다 길어져서 실질적인 업무 시간은 반 밖에 안 되었기 때문이다. 양심적으로 떳떳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회사는 성과 위주로 평가되는 회사인지라 근무시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근무 시간당 성과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과를 내면 능력있는 사람으로 빛나 보인다고 할까. 그러니 회사 책상에 오래 앉아 있으면서 뭔가 진척되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면 왠지 무능력하게 느껴져서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미국 회사가 모두 성과 중심은 아닌 듯 싶다. 고객으로부터 시간당 수임을 받는다거나, 업종이 오래된 경우 시간 중심으로 근무하는 곳도 많은 듯. 

2013년 11월 16일 토요일

미국 회사와 한국 회사에서의 고과 결과에 대한 의미 차이

미국의 백발이 성성한 엔지니어를 부러워하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의 산업은 기술적 깊이를 높인다기보다 미국의 대부분 새로운 기술을 빨리 도입해서 적용 통합하는 것이 많아서 젊은 사람이 훨씬 좋은 경쟁력을 보유할수 밖에 없는 경우들이 많다.

그런데 직무 상의 특성 이외에도 문화적인 차이도 있는데, 우리나라의  정서로는 나이가 들고 경력이 늘어나면 당연히 승진을 하거나 급여가 올라야한다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은 회사에 따라서 인사 적체가 심해져서 우리나라에서도 승진을 시도하지 않고 (특히 임원으로 가느냐 직원으로 버티느냐) 제자리에 안정적으로 머물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적어도 내가 한국 회사에 다니던 시절에는 경력 년수가 쌓이는데도 급여가 오르지 않거나, 입사 동기나 후배가 먼저 승진하면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를 많이 보았었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도 백발이 성성한 엔지니어들이 있기는 한데, 내 주변에서는 본적이 없다. 말 그대로 백발의 엔지니어들이 있기는 한데 40대 중후반에 흰 머리가 많은 경우. 사실 회사가 설립된지 15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일 수도 있는데, 대부분은 나이가 들면 매니저로 올라가거나 매니저 성격을 겸한 엔지니어 역할을 하거나 아니면 자기 영역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40이 넘으면 individual contributor로서의 입지가 매우 좁아지는 한국과는 다르게 (기억을 떠올려보니 30중반에 매니저 역할에 대한 압력이 엄청났었다) , 그 역할을 인정해주는 것은 명백한 차이인 듯 하다. 대신 평가는 냉혹해서 나이가 많다고 경력이 오래되었다고 더 가산점을 주는 일은 없다.

어제 나의 인사 고과 결과(perf review)에 대해서 매니저와 이야기를 하던 중 "너는 승진하기를 원하니? 아니면 현재의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를 원하니?"라는 질문을 받았다. 아마도 예전 한국에서였다면 치욕적인 질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찌 직원으로서 승진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승진하는 경우에 어떤 일들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잠깐 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느낌이 혼자 individual contributor로서의 위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면 50의 일을 한다면, 승진하기 위해서는 100정도의 일을 해야한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주변에서 승진한 사람들을 보면 100 정도의 일을 한다 - 언제나 그렇지는 않지만 승진하면 너무 업무량이 과중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있다.

매니저의 질문을 받기 전 까지 내가 고과 결과를 받아들이는 마음 자세는 학창시절의 성적표를 받는 것과 비슷한 것이었다. 내가 반에서 몇 등하는지, 우등생인지 아니면 중간인지 열등생인지를 판정받는 의미라고 할까? 사실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도, 좋은 고과를 받으면 우월감에 기쁘고 상당수가 받는 중간 수준의 고과를 받으면 뒤쳐진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때는 승진 여부를 떠나서 내가 50점인지 75점인지 100점인지가 중요했었다. 그런데 매니저의 질문을 듣고 나니, 승진을 한다면 75점을 받고 더 분발해야 겠지만, 승진이 목표가 아니라면 75점을 받는 게 그리 중요하지 않을수 있어 보였다. 물론 내년 급여에 영향을 주지만 승진없이 급여가 많이 오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승진이 목표가 아니라면 50점을 받고 편하게 지내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의미. 물론 이 의미 해석은 내 개인적인 것일뿐 미국 회사에 다니는 모든 사람들에 일반화 할 수는 없을 듯.

2013년 10월 31일 목요일

주말마다 여행을 가는 이유

예전에 수원 삼성전자에서 일할 때 한창 바쁠 때는 토요일도 출근해야했던 적이 있었다. 일요일도 출근하는 사람들에게는 토요일이 대수인가 하겠지만...  그래도 토요일은 특별한 날이니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있지는 않았고, 8시간만 채우면 되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7시에 카드 찍고, 회사에서 주는 식사를 하면 점심 시간 1시간이 잡히게 되니, 점심 식사는 컵라면으로 떼우고, 그러면 3시에 퇴근이 가능했다. 그리고 열심히 밟아서 서울로 돌아오고는 했다. 그렇게 열심히 밟아서 집에 오면 바로 어딘가를 가고 싶었다. 가까운 올림픽 공원이라도 가줘야만할 것 같았다.  바쁜 일이 없어지고 토요일 근무를 할 필요도 없어지니, 주말에도 그냥 집에 있게 되었다.  회사일로 바쁠 때는 가족들에게 뭔가 가시적인 것을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미국에서 일하는 지금 또 다시 매주말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최근 몇개월은 날씨 궂은 날, 바쁜 날 며칠 빼고는 거의 항상 돌아다녔다.  힘겹게 영어로 말할 필요 별로 없고, 내 돈 쓰면 비교적 쉽게 즐길 수 있고, 어딘가를 다녀오면 뭔가 하나 했다는 성취감도 느낄 수 있으니... 그 때문인 듯 싶다.

2013년 8월 26일 월요일

그래서 지도 해외 반출 규제는 득인가 실인가?

http://jung9nee.blogspot.com/2013/08/blog-post_22.html 에서 지도 해외 반출 규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근거에 대해서 잠깐 정리를 했었는데, 규제를 하는게 득일까 아니면 실일까? (본 글에 결론 없음)

지난 번 글에서도 언급한, 2007년 말 오마이 뉴스의 기사에 의하면 관련 업체들이 구글에 지도를 반출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했다고 하는데, 2007년이면 지금 현존하는 형태의 다음/네이버/구글 지도 모두 출시되기도 전인 오래전 일이라 본인들도 생각이 바뀌었을수 있고,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에서 반대했는지 알수 없으니 그 반대 의사가 필요 이상의 우려였는지 아니면 적절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음이나 네이버 지도를 살펴보면 모두 구글 지도의 주요 기능 대부분을 수준급으로 구현해서 서비스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다음/네이버 지도 개발자들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지점 - 구글 엔지니어와 비슷한(?) 일을 하고 한국에서만 서비스하기 때문). 세계 각국의 지도 서비스 현황을 알아본 적은 없어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알고 있는 한 항공사진/스트릿뷰/길찾기 등을 모두 갖춘 고품질의 지도 서비스를 여러 개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는 듯. 뿐만 아니라 다음 네이버는 우리나라 사용자에게 적절한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지도 반출이 되더라도 해외 경쟁사 대비 충분한 국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는 듯 싶다.

그럼 지도 반출에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은 필요 이상의 걱정이었을까? 사실 지도 서비스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PC 보다는 모바일이라, 지도 반출 규제가 한국의 지도 서비스 지형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아마도 스마트폰 보급 시기와 연관지어 생각해봐야 할 듯 싶다. 안드로이드 폰이 한국에 급속도로 보급되고 구글 지도가 기본 지도로 이용되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다음이나 네이버의 지도 앱을 설치/이용하려면 가시적인 차별성이 필요하다. 한국의 구글 지도가 해외 서비스에는 있는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가 지도 반출 규제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시장 점유율 확대와 그로 인한 투자 확대라는 측면에서 국내 회사를 보호해주는 효과를 창출해 주었을 것이다.

그럼 국가 안보도 지키고 국내 포털 회사도 지켜주는 꿩먹고 알먹는 지도 반출 규제를 유지하는 것이 좋은 것일까?

신문 기사를 보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8/21/2013082104087.html 처럼 해외에서 한국을 찾는 여행객들의 불편을 언급하는 기사들이 종종 눈에 띄인다. 여행객의 문제는 구글 지도의 모든 기능이 한국에서 서비스되게 하는 것도 해결책이지만, 다음이나 네이버 지도가 외국어를 지원하는 것으로도 아쉬운 부분들은 해결 가능하다. 다음이나 네이버에 그만한 투자를 할만한 필요성이 있는지가 관건이겠지만... 그래서 여행객의 불편을 거론하는 것은 국가 안보라는 거창한 문제가 걸려있는 지도 반출 규제를 반대하기에는 상대적으로 효과가 약한 근거라고 본다.

그 외 지도 반출 규제를 반대하는 최근 글들을 찾아보면
대체로 구글 지도에 기반한 새로운 위치 정보 서비스(무인 자동차, 구글 글래스 등) 활성화의 어려움과, 지도 서비스를 국내에서는 국내 회사 서비스로 개발하고, 해외 진출시 구글 기반으로 다시 만들어야 하는 문제 등을 거론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웹서비스/앱을 사용하다 보면 같은 회사의 서비스에서도 구글 지도와 Bing 지도를 오가는 경우를 가끔 보기 때문에, 네이버 다음 지도로 개발한 후 구글 지도로 갈아타는 것은 개발 비용 증가의 문제일 뿐 본질적인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비용의 비중이 크고 한국에서 개발해서 해외로 진출하는 회사들이 많다면 중요한 고려 대상이기는 할 듯.

아마도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구글 지도에 기반하는 구글의 다른 서비스들과 연계된 산업(무인 자동차, 구글 글래스 등)일텐데, 개별 서비스 차원이 아닌 생태계로 발전하는 문제인지라, 막연하지만 무시할만큼 충분히 작은 수준은 아닐 듯 싶고, 한국 산업 지형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결정할 문제로 보인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애플이 지도 서비스 자체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은 지도에 연계된 서비스뿐 아니라, 핵심 서비스 그 자체도 중요한 영역임을 의미할텐데, 한국 산업의 정책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에 더 집중하느냐에 따라서 포기할 부분을 정해야하지 않나 싶다.  네이버/다음 지도가 그 자체로 선방했지만, 그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모습이 많이 아쉬워 보이는 대목.  반면 규제를 제거할 수 있는 관계자들을 상상해보면 그들에게 새로운 산업의 미래라는 주제는 참 먼 남의 나라 이야기일 듯 싶으니, 국가 보안 문제를 건드려 가면서 규제를 없애는데 앞장 설 사람이 있을지는 회의적.

2013년 8월 22일 목요일

지도 정보를 해외로 반출하면 안 되는 이유들?

우리나라는 수치 지도를 국외로 반출할 수 없는 법이 있다 - 자세한 내용은 http://channy.creation.net/blog/457 참조.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그로 인해서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 지도가 해외 지도와 비교해서 품질도 떨어지고 지원되지 않는 기능(예: 길찾기)이 많다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법의 가장 큰 취지는 국가 보안인데, 원본 데이터를 해외로 내보내지 못할뿐, 네이버/다음 지도와 같이 완성된 지도는 북한을 포함한 전세계 어느곳에서나 자유롭게 볼 수 있어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마음만 먹으면 주요 금융기관과 정부기관의 홈페이지를 쉽게 해킹할 수 있는  북한의 우수한 소프트웨어 실력이라면, 네이버/다음 지도 이미지에서 원본 데이터를 뽑아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다. 다음/네이버 로드뷰 이미지와 결합해서 증강현실속에서 군사 훈련 받고 있을지도 모를일.

국가 보안에 중요한 데이터들을 제거한 후 반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법도 이에 따라 개정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가정), 이 법이 바뀌지 않는 이유에 국가 보안 이외에도 공식적이지 않은 이유들이 더 있을듯 싶어서, 구글이 지도 정보를 이용하기 위해서 국정원과 협상하는 내용이 실렸던  2007년의 기사들을 찾아보았다.
http://www.etnews.com/news/computing/public/2026132_2564.html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773399

국가 보안 이외의 언급된 이유들을 정리해 보면,

1. 영토주권·경제주권·정보주권의 침해
2. 지명오류문제(일본해 시정 불가 원칙)
3. 주요 정보/국부 유출

  • "정부 차원에서 2조원 가량을 들여 구축한 전자지도 데이터를 구글 측에 넘기는 것은 국부 유출"
  • "NGIS 사업을 통해 구축된 중요한 지적재산의 유출" 
  • "통계 등 다른 기간정보 유출 가능성" 
  • "대한민국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재산을 잘 지키고..."

4. 국내 지도 관련 산업의 보호:

  • "구글이 우리나라 전자지도를 이용, 국내 기업과 동일하게 전자지도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구글의 마케팅 파워에 밀려 국내 시장이 크게 잠식당할 것으로 우려했다."
  • "국내 공간정보 유관산업의 성장 저해" 
  • "IT, GIS를 비롯한 관련산업의 피해"


각 항목에 대해서 살펴보면,

1. 영토주권·경제주권·정보주권의 침해
지도 정보가 유출되므로써 어떻게 주권이 침해되는지 모르겠다. 아파트 도면이 공개되면 그 가정의 주권이 침해되는 것인가?

2. 지명오류문제(일본해 시정 불가 원칙)
지도 정보 유출 여부와 상관없이 지명 오류는 발생하고 있고 유출 여부와 상관없이 시정도 쉽지 않다.

3. 주요 정보/국부 유출
세금 2조원이나 들여서 만들었다니 소중한 정보라는 것은 잘 이해가 된다. 그리고 이런 정보는 투입된 이상의 가치를 지닐 수도 있을테고. 그렇게 가치가 높다면 훨씬 더 비싼 가격을 부르면 되는 문제일 것 같은데...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지도들에는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어마 어마한  정보가 숨어 있는가 보다. 구글 지도를 보면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 매우 상세한 지도가 나오는데, 엄청난 규모의 지적 재산을 줄줄 흘리고 있는 멍청한 나라들이라는 이야기.

냉소적으로 이야기했지만, 위에 열거한 사항들은 설득력 없는 궁색한 이유들인 것 같고, 마지막 "4. 국내 지도 관련 산업의 보호"가 진짜 이유가 아닌가 싶다. 위의 오마이뉴스를 보면, "관련업체들은 이구동성으로 '구글에 지도제공을 해서는 안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음, 엠엔소프트, 콩나물 등 관련업체들은 지도제공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토지리정보원을 방문해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적혀있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국내 지도 관련 업체들이 이 법을 꽤나 잘 활용하고 있는 듯 싶다.

오랜만에 보는 이름 콩나물 지도. 한 때 꽤 인정받던 지도 서비스인데 찾아 볼 수가 없다. 국가 보안을 위해서 미국에서 접속하지 못하게 막은 것인가?

2013년 8월 18일 일요일

다양한 인종 구성의 뉴욕시

뉴욕의 특징중 하나는 인종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국 사람들중 실리콘밸리(또는 캘리포니아)가 인종이 다양해서 좋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데, 실리콘 밸리가 미국 평균과 비교해 백인 비중이 낮은 것은 사실이만 전반적인 인구 구성이 다양하기보다 기술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출신 국가가 다양하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니면 아시안이 많아서 마음이 편하다는 것을 인종이 다양하다고 표현하는 경우도 가끔 있는 것 같고...  6년이 넘어 조금 오래되기는 했지만 내가 실리콘 밸리에서 받은 인상은 백인, 아시안(인도, 중국), 멕시코계 히스패닉으로 정리되는 조금은 단순한 구성 아닌가 싶다. 흑인이 매우 적다는 것도 특징. 실제로 인구구성을 찾아봐도 내 주관적 해석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인다. http://en.wikipedia.org/wiki/Santa_Clara_County,_California#Demographics

맨하탄의 고급 사무직 종사자들만 본다면 어쩌면 백인 비중이 높은 구성이 될지 모르겠지만, 거리, 상점, 지하철과 같은 일상에서 보면 훨씬 다양한 구성을 보여준다. 지하철에 올라타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시각적으로 다채로운 경험이 된다. (사진을 찍어 올리면 좋겠지만, 초상권이 걸린 문제라...) http://en.wikipedia.org/wiki/Demographics_of_New_York_City
뉴욕은 백인, 히스패닉, 흑인, 아시안의 구성비가 심하게 편중되어 있지 않고, 각 구성도 훨씬 다양해보인다. 백인들도 전통적인 미국의 토박이라기 보다 동구권이나 러시아 쪽의 억양이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고, 멕시코계 히스패닉 뿐 아니라, 푸에르토 리코나 도미니카 공화국, 아이티 쪽으 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이기 때문.

뉴욕과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demographics를 찾아보면서 의외였던 것은, 미국 백인의 대부분은 영국에서 이주해온 사람으로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독일, 아일랜드, 영국 순이라는... http://en.wikipedia.org/wiki/Race_and_ethnicity_in_the_United_States#Racial_makeup_of_the_U.S._population

2013년 8월 3일 토요일

크롬캐스트 사용 소감

35불짜리 크롬캐스트를 사면 넷플릭스 석달(24불 어치) 무료라는 것을 보고, 크게 손해볼 것 없겠다 싶어 Bestbuy에서 서둘러 주문했다. 넷플릭스 사용권은 이메일로 도착해서 바로 입력해두었고 기계는 생각보다 빨리 배송되어 주문한지 며칠 되지 않아 도착했다.

첫 사용 소감은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편하게 설정/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조금 의외였다 (구글 첫 제품에 대한 기대수준이 낮은 것인지도...) 무선랜 암호를 설정하지 않아도 노트북 컴퓨터에서 설정을 시작할 수 있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내용을 TV로 볼 수 있었다. 

크롬캐스트 발표 소식을 듣고 물건이 도착할때 까지 크롬캐스트가 어떤 용도에 유용할지 궁금했다. 구글의 광고 동영상을 보면 모바일 디바이스로 보다가 다른 사람들과 다 같이 보고 즐기는 장면이 나오는데, 내 일상을 되돌아보면 사실 그런 필요성은 별로 없다. 일단 가족들이 다 같이 보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그냥 노트북이나 아이패드 정도에서 보는 것이 크게 불편하지 않고, 몇 걸음 안 되더라도 다 같이 TV가 보이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도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고, 열심히 꼬셔서 같이 보자고 TV앞으로 옮겼는데 재미없다면 더더욱 난감, 사진은 이미 개인 디바이스의 SNS에서 각자 필요에 따라 보고 있고, 음악이나 동영상은 서로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 디바이스가 더 적합해 보인다. 크롬캐스트를 사용한지 아직 1주일이 채 안 되어 확언하기는 이르지만, 대략 예측이 맞는 듯... 다 같이 모여 크롬캐스트를 보는 일은 한번도 없었다. 

넷플릭스는 아이가 Roku를 이용해서 즐겨보는 시리즈 물들이 있는데, 원하는 편을 선택해서 보다가 멈췄다가 다시 보기를 반복하는 수준이다. 이 과정을 아이패드나 휴대폰에서 해보니 동작은 되는데, 멈추기 위해서 모바일 디바이스의 화면을 해제하고 앱을 찾아 들어가는 과정을 몇차례 경험하니 매우 번거로워서 그냥 로쿠 리모콘이 훨씬 편해보인다 - 시계 보기 위해 데스크탑 컴퓨터 켜는 느낌이랄까... 간단한 기능의 리모콘을 같이 제공해주면 좋겠다. 아니면 스마트폰 잠금 화면 상태에서 쉽게 제어할 수 있으면 될지도...

유튜브를 굳이 TV에서 볼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30분 이상되는 동영상을 보는 것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예를 들면 라이브 콘서트. 배경 음악처럼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유튜브 MBC 뉴스가 있는데 저녁 8시 뉴스 1시간 분량을 통째로 올려주는 섹션이 있다 (모바일 디바이스에서는 찾지 못하겠고 노트북에서만 찾음)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것이라 특별한 의미없는 뉴스이지만, 미국에서는 컴퓨터에서 1시간 분량의 뉴스를 틀어 놓고 볼 일은 없는지라 뉴스 동영상이 제공되는 줄도 몰랐었다. 소파에서 딴짓하면서 TV에 계속 흘러나오는 뉴스를 보니 오랫만에 TV를 TV답게 사용하는 듯한 생각이 들더라.

크롬캐스트로 MBC뉴스를 보면서, 네이버가 사실상 종이 신문의 자리를 차지했듯이 클라우드(유튜브)가 방송국 자리를 차지하게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글 캐스트 사용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구글 캐스트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제작사가 늘어날테니까. 이 것이 애초의 구글 TV의 존재의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이 상실 수준의 키보드까지 붙여주던 구글 TV가 실패의 연속 끝에 마음을 비우면서 꽤 쓸모있는 제품을 만든 듯하다. 거실의 TV를 개혁하고픈 많은 회사들이 그 동안 디바이스 레벨에서 고전해왔다면, 크롬캐스트나 유사한 다른 제품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급되면, ball은 클라우드 회사로 넘어가서 양질의 컨텐츠(현재 주요 방송사들의 프로그램들)를 끌어들여 사실상의 동영상 보급 채널을 재편하는 것이 다음 숙제가 될 듯하다.

* 크롬캐스트에서 사람들이 가장 아쉬워 하는 점이 로컬 저장 장치에 있는 동영상을 재생할 수 없다는 것인데, 불법 동영상의 매력을 무시하고 네트웍만 충분히 빠르다면 세상 대부분의 동영상(개인 촬영분 제외)을 내 저장장치에 저장할 필요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일 듯.

2013년 6월 29일 토요일

직역하면 착각하는 영어 표현

수 십년간 한국 말로만 살아왔으니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면 언제나 머리속에서 번역하는 과정이 수반된다. 이 번역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하나의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것이고, 단어든 숙어든 아는 수준에서 1:1로 바꾸게 되는데 종종 원래 의미와 다른 의미로 바뀌어지는 경우가 있다.

처음 미국 회사에서 일하면서 코드 리뷰를 하는데 상대방이 보낸 메일에 "Why don't you ..." 라는 표현이 있었다. "이렇게 하는게 어때요?"라고 해석해야겠지만, "너 왜 이렇게 안하니?"로 자꾸 읽히니 묘하게 불쾌해졌다. 나중에 알고보니 why don't you...는 정중한 표현은 아니고... you might want to do ...가 정중한 표현이라고... 그런데 이 "you might want to do ..." 표현도 코드 리뷰를 받으면서 처음 접했는데, 한 동안 "네가 이걸 원할지도 모르겠구나"로 해석을 하고는 '원하지 않는데' 하면서 무시하고 그냥 내 마음대로 코드를 짰다는.... 지금 생각하니, 리뷰해준 사람이 조금 황당했겠다 싶다.

미국 사람들은 참 긍정적인 표현을 많이 해주는데, 문만 잡아줘도 Thank you, 길만 조금 비켜줘도 Thank you... 때로는 진심인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고마움을 표시하고 칭찬하면 왠지 아부하는 것으로 보일까봐, 아니면 상대방 기고만장 버릇없게 될까봐, 무표정을 미덕으로 믿고 살아온 입장에서는 한 동안 칭찬 받으면 어색하고, 반대로 칭찬해줘야하는 상황은 아직도 잘 대처가 안 된다.

퇴근 길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15분 가량 걷는데 가로등이 별로 없기 때문에 겨울에는 많이 어둡다.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과 방향이 같아 같이 걸어오면서, 가방에서 플래쉬를 꺼내 켰더니 "... smart idea"라고 칭찬을 해준다. 어두운 길에 플래쉬를 가지고 다니는게 "똑똑한 아이디어"씩이나 될 수 없다는 건 상식 수준이라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겠지만, 일단 smart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머리속 번역기는 직역을 하면서 천재라도 된 듯한 착각을 만끽한다. (별로 똑똑하지 않은 스마트 폰 덕분에 smart의 의미가 많이 퇴색하기는 했다만...)

비슷하게, 아이디어를 발표한다거나 할 때 쉽게 접할 수 있는 반응은 I like your presentation / idea 와 같은 표현들. 이 표현도 처음 한 동안은 정말 내 발표 내용이나 아이디어가 좋아서, 관심이 많아서 해주는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리고 푼수처럼 신나서 내 이야기를 떠들어댔는데, 대화를 조금 더 해보며 반응을 살펴보니 과장 조금 보태서 그냥 "수고했어요" 정도로 번역하면 딱인 듯 하다. 

2013년 6월 16일 일요일

개인화된 구글 지도

지난 달 구글에서 새로운 지도를 발표했다. http://google-latlong.blogspot.com/2013/05/meet-new-google-maps-map-for-every.html

새로운 시도는 꾸준히 있어왔기 때문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는 않았었다. 초청장 기반으로 사용해볼수 있기 때문에 일단 초대 신청을 해 놓았고 2주 가량 새로운 맵스로 사용해 볼 수 있었는데, 기존에 잘 사용하던 기능들(스트릿뷰, 마이 맵스)을 어떻게 사용할지 어리둥절하게 하는 불편한 점들을 제외하면 기존 지도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무심코 보다가, 내가 검색했거나 리뷰를 남겼던 음식점이나 도서관 등이 지도에 잘 보이게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뉴욕 맨해튼의 새 지도를 보면, 한국 음식점 '초당골', '반' 그리고 한아름 마트가 보이고, 장난감 가게인 FAO Schwarz, 아메리칸 걸 플레이스, 레고 스토어도 보이는데 모두 한번 이상 갔었던 곳이다. 그리고 뉴욕 출장 때 머물렀던 Eventi Kimpton Hotel이 보인다.

원래 지도와 비교해 보면, 기존 지도는 벡터 맵이 아니기 때문에 줌 레벨을 자연스럽게 변경할 수가 없다. 상세하게 보면 길 이름이 빽빽하게 보이고 내가 전혀 찾아본적도 없는 Hooters, Ameritania을 보여주고 있다. (사용자에 따라서는 이 빽빽한 정보를 더 좋아할수도 있을것 같다)


조금 넓게 해서 보면 주요 도로, 주요 지역(neighborhood), 록펠러 센터처럼 누구에게나 유명한 landmark 중심으로 표시해 준다.


개인화된 지도가 좋은 점은 내가 잘 아는 곳을 더 중요하게 보여주므로써 빠른 시간 내에 지리적 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아이와 종종 가는 아메리칸 걸 스토어가 지도에 보이면 5th Avenue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다른 장소와의 지리적 관계를 파악하기가 쉬워진다는데 있다. 굳이 길 이름을 외우거나 주변의 다른 건물들을 찾아 보지 않아도 된다. 강남 교보를 잘 아는 사람에 강남대로 사평대로 사거리로 설명하는 것보다 강남교보로 설명하는 것이 의미 전달이 쉽듯 말이다.

또 다른 개인화의 장점은 기록으로서의 의미. 지난 달 메모리얼 데이에 보스톤에 갔었는데, Union Oyster House와 Atlantic Fish에서 식사를 했고, The Paul Revere House, Boston Public Library, The Mary Baker Eddy Library등을 들렀었는데 지도에 표시되었다. 그리고 숙소 근처에 있어서 갔었던 아주 맛있는 폴란드 음식점 Cafe Polonia도 지도에 표시되었다.


아마도 평점이나 리뷰를 남겼기 때문에 표시된 듯 하다. (그도 아니면 검색해서 찾아봤을 듯). 예전 같으면 My Maps라는 기능으로 보스톤 여행에 대해서 따로 기록을 남겨두었겠지만, 은근 귀찮은 일이고 노력 대비 효용 가치도 높지 않아 잘 하지 않게 된다. 검색하고 평점을 주면 내가 원하는 스타일은 아니겠지만 나만의 지도를 남기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남길 수가 있다는 이야기.

보스톤의 기존 형식의 지도.

아쉽지만 한국 지도에서는 벡터 맵이나 개인화된 지도를 볼 수 없다.

2013년 5월 19일 일요일

미국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싶었던 시절

석사 졸업하고 처음 입사했었던 우면동의 LG전자의 당시 분위기는 정말 화기 애애한 곳이었다. 점심 시간에는 족구를 징하게 열심히 했고, 중간 중간 휴식 시간에 이야기도 많이하고, 자료실에서 책 보는 것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마치 대학원생인양 주기적으로 세미나도 자주 하고...  그 당시 내가 회사에 대해서 가졌던 인상은 상당히 자족적인 조직이었다. 의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일을 한다기보다, (의미있는 연구는 선진국에서 하는 것이고) 우리는 그냥 연구소에 있으니까 비슷한 연구를 하는 느낌.

당시 팀장이 무선 모뎀을 만들어보겠다고 하니, 연구 소장님이 알아보시고는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면서 컨설턴트를 붙여주셨다. 연구 소장님의 대학 동기 분이셨던 컨설턴트는 미국에서 박사를 받으시고 미국 회사에서 일하시다 컨설팅 회사를 만드신 분이였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석달에 한 번 정도 오셔서 3주 정도 집중적으로 봐주고 가셨던 것 같은데, 그 당시 우리 팀이 개발하던 무선 모뎀 알고리즘은 물론이고, 내가 개발하던 하드웨어도 아주 잘 알고 계셨기 때문에 실무 측면에서 배우는 것이 많았다. 기술적인 측면 뿐 아니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법과 의사 결정하는 면에서도 당시 회사의 상사들로부터 볼 수 없었던 새롭고 합리적인 것들이 많았다. 적어도 나에게는 존경의 대상 그 자체였다.

사적인 조언도 많이 해주셨었는데, 미국 회사에 들어가면 일하는 강도가 세서 하루 8시간 일하고 나면 지쳐서 더 일하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대신 1년 일하고 나면 아주 많이 배운다고... 내가 우러러보던 그것이 미국 회사에 가면 배울수 있는 것이었구나... 그렇게 나의 미국 병이 시작되었다. 무불통지의 실력자로 변신하는 꿈.  (그러고보니 야무진 꿈을 갖고 있던 시절이 있었구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