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5일 화요일

넥서스7, 아이패드 그리고 스마트폰

내가 사용하는 휴대용 전자 기기는 갤럭시 넥서스, 아이패드 3세대, 레노보 랩탑 그리고 킨들. 휴대 기기에서 주로 사용하는 앱은 트위터, 페북, 구글플러스, RSS reader, 아마존, 웹브라우저 그리고 Google news, gmail, 날씨, 지도 정도이다. 이외에 사용 빈도나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Yelp, Zillow, Trulia, New York Times, Bloomberg, 환율, 카톡, 스카이프, 플립보드 등을 종종 사용한다.

처음 아이패드 2를 샀을 때는 이래저래 글도 종종 보고는 했는데, 전화기를 갤럭시 넥서스로 바꾸고 화면이 커지면서 주로 읽기 위주의 앱들은 슬금 슬금 전화기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거의 항상 내 손 주변 어딘가에 있다는 편리함과, 한 손으로도 어디서든 쉽게 조작할수 있다는 특징 덕분에 화면이 답답하고 글자가 작다는 단점은 충분히 극복 가능했다. 

그래도 화면이 조금 큰 작업이 필요하고, 데스크탑을 쓰고 싶지 않을 때는 아이패드를 사용하고는 했는데, 그나마 레노보 랩탑을 구입한 후로는 키보드와 카피/페이스트의 편리함에 밀려나게 되었다.

그렇지만 아이패드가 완전히 구석으로 밀려나지 않은 이유는 Garageband. 최근 USB로 출력이 되는 Fender 전자 기타를 사서 거라지밴드에 연결해서 종종 놀고는하는데, 기타 앰프 셋팅을 이용하면 고등학교/대학교 시절에 듣던 락음악의 기타 사운드를 어렵지 않게 내 손으로 즐겨 보는 묘미가 있다. 라이브 공연장에서 연주하는 딥퍼플의 리치블랙모어가 되어보는 착각을 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패드의 가치는 내게 충분하다. 예전에 애플 맥이 미술, 음악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사랑 받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대목.

아이패드의 가장 큰 단점은 두 손으로 잡아야하고 은근 무거워서 오랜 시간 쓰기는 싫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 그러면 7인치 태블릿은 어떨까 항상 궁금했다. 애플 매장에서 아이패드 미니를 만져보니 크기도 무게도 딱 좋아 보인다.  그렇다고 내 돈 주고 아이패드 미니를 구입하고 싶지는 않고... 기다리다보니 넥서스 7이 생기게 되었다.

넥서스7 열흘 가량 사용해본 느낌은... 크기는 한 손으로 들 수 있지만 조작까지 한 손으로 하는 것은 무리. 무게는 조금 실망... 여전히 무겁다. 아이패드의 매끄러운 뒷면 금속 재질보다, 투박해보이지만 손에 잘 잡히는 플라스틱은 마음에 든다. 화면은 작은 반면 화면 구성은 10인치에 최적화되어 있는지, 폰트들이 작고 때로는 선이 이중으로 보일 때도 있어 아쉽다. 그래도 결론적으로 집에서 뭔가를 읽을 일이 있을 때, 아이패드/전화기/넥서스7이 모두 있으면 넥서스7을 집어 들게 된다. 단 전화기만큼 손에 붙어 다니지 않기는 하지만...

아이패드에서도 종종 태블릿용 앱은 없고 아이폰용 앱만 있는 것들이 제법 있어서, 넥서스7은 말할 것도 없이 태블릿 앱이 턱없이 부족하리라 예상했었는데, 의외로 내가 사용하는 기본 앱들은 모두 태블릿 버전이 있어서 놀라웠다. 워낙 사용하는 앱이 다양하지 않고, 기대치가 낮아서 그럴 수도 있을 듯... 지도를 활용하는 앱들은 전화기에서 많이 답답했는데 화면이 커지니 시원하고 좋다. 애플맵이 아니라 구글맵이라는 점도 플러스.

안드로이드 폰에서 태블릿으로 화면이 커지면서 다르게 느껴지는 점은, 역시 화면이 커졌다는 것인데, 바탕화면은 여전히 5면인데 아이콘 크기는 그대로(?)이어서 바탕화면이 썰렁. 그래서 전화기에서는 공간 문제로 사용하지 않던 위젯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주가, 날씨, 서울 날씨, 환율 등을 첫 화면에 배치해 놓으니 아이콘을 누르지 않고 확인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아이패드도 위젯을 설치하면 좋겠다 싶어 찾아보니 의외로 아이패드에는 위젯 기능이 없다. 맥이 꽤 오래전부터 대쉬보드-위젯을 잘 활용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조금 의외.

화면 전환, 스크롤은 종종 덜그럭 거리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저가 디바이스임을 감안하면 그냥 참고 쓸만할 듯. 

넥서스 7이 생기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출퇴근시에도 항상 소지하고 이용하게 될 것인가였는데... 이건 좀 더 지켜봐야할 듯. 기대했던 것 보다는 무겁고, 테더링으로 네트웍을 해야해서 어쩌면 활용도가 거의 없을 듯 싶기도 한데... 모르는 일. 이건 한 달 가량 써보고 판단해야 할듯.

2012년 11월 10일 토요일

20% 프로젝트

20%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하려고 할 때는, 어떻게 진행하는 것인지 잘 몰라서 매니저에게 제안하고, 결재받고, 공식 등록해야 되는줄 알았다. 그런데 나의 매니저의 반응은 언제나 '20%는 너의 고유 권리이니 알아서 해' 분위기였고, 이제는 그냥 조용히 나 혼자 알아서 진행한다.

1년에 1달 가량을 몰아서 20% 일을 해본적도 있지만, 다소 특수한 상황이었고 매니저가 원한는 일이 아니라면 그다지 좋은 시간 배분 방법은 아닌 듯 하다.  우리 회사 근무 시간은 하루 8시간이라는 규정이 있다는 말도 듣기는 했는데, 찾아 본적은 없고 아무도 근무 시간에 대해서 까다롭게 신경쓰는 것 같지는 않지만, 10년 넘게 한국 회사에서 일해서인지 중간 식사/휴식 시간 제외하고 8시간 이상 일하는 것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다. 주 5일 근무하니까 20%는 8시간에 해당하는데, 매일 20%, 1.6시간 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너무 짧고, 일주일에 하루 날 잡아 8시간 일하면 80% 프로젝트 팀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20% 일에는 1주일이라는 중간 공백이 너무 길어지게 된다. 그래서 보통은 하루 4시간 정도(오전이나 오후)를 이틀에 걸쳐서 일하고는 한다. 그런데 보통은 20%로 하는 일은 내가 아이디어 내고 정말 해보고 싶어서 하는 일인지라 주 8시간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다. 그렇다고 80% 시간을 줄일 수는 없고, 결국 밤에, 주말에 이어서 20%일을 더 하다 보면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 프로젝트의 역할을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발굴 방법으로 언급하는 글을 많이 보게 된다. 20% 프로젝트로 시작해서 공식 80% 프로젝트 팀으로 진행한 적도 있고, 80% 일에 자잘하게 기여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당연히 맞는 이야기인데, 개인적으로 지난 6년간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20% 프로젝트의 의미는 내 아이디어에 대한 애정을 기초로 엔지니어링에 대한 열정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역할이 가장 컸었는지도 모르겠다.

2012년 10월 11일 목요일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문화

우리 아이는 미국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다. '아메리칸 걸'이라는 인형을 좋아하는데, 친구가 학교에 이 인형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우리 아이 역시 학교에 가져가고 싶어한다. 킨더 때는 선생님께서 이메일을 보내셔서 학교에 장난감 가져오지 말라고 당부를 하셨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비슷한 조처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실제 상황은 예상과 정반대. 분실 등의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질 수 있고, 쉬는 시간에만 가지고 놀면 괜찮다고... 어려서부터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듯 느껴졌다.

우리 회사는 근무 시간과 장소에 대한 제약 조건이 별로 없다. 12시 넘어서 출근해도 되고 재택근무를 해도 되고, 출근 후에 낮잠을 자도 상관없다. 자기 할 일만 책임지고 완수 또는 초과 달성하면 된다.  예전 포스팅에서 객관적 평가 척도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사실 꾀를 부리면 자유로운 근무조건을 악용할수 있는 여지도 많이 있을텐데, 실제로 그런 일은 거의 찾아볼수 없는데 어려서부터 훈련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는 회사에서 내가 제안하고 시도하는 아이디어에 대해서 매니저나 멘토에게 확인을 받고 일에 착수하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해당 사항으로 미국인 동료로부터 개선사항으로 피드백을 받은 적도 있었다.  나쁘게 표현해서 '선생님 다 했어요! 확인해주세요!' 같은 분위기라고 할까. 나의 학창 시절 선생님과의 관계를 돌이켜보면 서글프게도 내 스스로 뭔가를 결정하고 추진해본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2012년 10월 3일 수요일

애플 지도 사용기

지난번 포스팅 올린 후로 약 열흘 가량 간간히 애플 맵을 사용해 보았다.


맥주 사러 나갈까 싶어 길찾기를 했더니 목적지는 북쪽에 있는데 길은 남쪽으로 보여준다. 어처구니 없는 오류인듯 해서, 오류 보고만 되면 1주일 정도에 고쳐지리라 기대했는데, 비슷한 문제가 인터넷 여기저기 올라와도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재현되고 있으니 쉬운 문제는 아닌가보다.


그 다음 발견한 오류는 잘못된 지역 검색 결과. 아이가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가고 싶다고 해서 찾아보니 우리 동네에 두 개가 표시된다. 서울도 아니고 이 동네에 두 개씩 있을리 없는데... 개인적으로 스트리트뷰를 그다지 많이 활용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불안할 때 확인하는 용도로 스트리트 뷰는 요긴하다. 하지만 애플맵에는 스트리트뷰가 없으니 확인 불가. 구글 맵 스트리트뷰로 찾아보니 아래쪽이 맞다.
그럼 위의 것은 왜 나오는 것일까? 눌러보면 옐프 데이터가 소스인 듯. 애플 지도의 문제를 데이터 문제라고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옐프에서 찾아보면 정확한 위치를 보여주기 때문에 데이터 문제는 아니다.

데이터와 내부 구성을 모르니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몇 가지 찍어 보면 얼추 감은 오는데,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외에도 부동산 때문에 Trulia, Zillow 같은 앱들을 사용해보면 모두 애플맵으로 교체되었는데, 랜드마크를 선정해서 보여주는 방법의 일관성이 떨어져서 지도를 보기가 매우 어려웠다. 서울 지도를 지하철 노선 기준으로 보듯이, 우리 동네는 기차길과 역을 기준점으로 삼아 지도를 보고는 한다. 그런데 애플 맵은 줌 레벨을 바꾸면서 일관성 없이 기차역이 보였다 사라졌다 하면서 혼동스러웠다. 실리콘 밸리의 엘까미노리얼처럼 길 자체가 기준이 되면 큰 문제 없을 수도...

배우자의 아이폰을 업그레이드해서 네비게이션을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나, 로컬서치와 길 찾기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사례를 몇 개 보고 나니 업그레이드를 거부하는 배우자를 설득했다가 나중에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기 십상이겠다 싶어 포기했다.


그 외... 대중교통이 없다는 것이 흔히 지적되는 애플맵의 문제인데, 뉴저지로 이사간 후로 활용도가 줄기도 했지만, 뉴욕에 거주할 때도 구글맵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지는 않았다. 노선들에 조금 익숙해지고 나면 오히려 NYC Mate같이 종이 지도를 넣어 놓은 앱이 오히려 이용하기 편리하다. 뿐만 아니라 뉴욕 지하철은 인터넷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지도 데이터를 다운로드하는 앱이 더 안정적이다.

3D는 관심사가 아니기는 한데, 맨하탄 조차도 100% 커버하지 못하니 (북쪽의 Cloisters는 2D) 약간 실망.



애플측에서는 사용자들이 많이 이용하면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얼마나 걸릴지는 언급하지 않았고,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기술적인 문제 자체 보다 애플이 극복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는, 애플이 바라보는 주요 가치가 검색이나 인터넷 서비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예전에 삼성전자에서 일할 때 소프트웨어 코드를 공장 부품 재고 관리하듯 했었었는데, 사람은 자기가 성공한 방식 또는 잘 하고 있는 방식을 그대로 다른 분야에도 적용하고 싶기 마련이고, 애플 지도가 검색 퀄리티 보다 3D와 UI에 집중한 듯한 흔적을 보면 역시 비슷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듯하다.

구글은 연말까지 지도 앱을 제공할 마음이 없는 듯 하고, 애플 맵은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이 낮아 보이니, 사용자를 위해서는 기존 iOS 구글맵을 iOS6에서도 선택 사용할 수 있게 patch를 만들어주는 것이 제일 좋을듯 한데, 애플이 그렇게 하고 싶어하지는 않을 듯 싶고... 우스운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2012년 9월 20일 목요일

애플 iOS6의 새로운 지도 서비스

애플이 iOS 6을 내놓으면서 지도를 구글에서 애플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후로 출시 일정만 계속 기다려왔다. 아이폰에 내비게이션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궁금했기 때문.

드디어 오늘 기다리고 기다리던 업그레이드 날이 되었고, 아이패드로 사용해보았다. 일단 지금 나의 생활권 뉴욕/뉴저지부터 살펴본다. 아이가 옆에서 궁금해하니 플라이 오버로 옛날 살던 맨하탄 동네 주변 한 번 날아보고... 멋지기는 하다만 원래 내 취향이 아니니 조금 놀다 통과 - 게다가 3D 데이터 다운로드하는데 좀 시간이 걸리니 재미가 반감된다.

심플한 지도는 눈에 익지 않아 조금 어색해 보이기도 하지만 쓰다보면 금새 익숙해질 듯하고, 길찾기는 약간 트집거리가 보이기도 하지만 일상 생활에 사용하는데 무리는 없겠다.

미국/캐나다의 로컬서치는 옐프가 담당한다고하여 기대가 컸었는데, 검색해보니 아마도 리뷰/사진 데이터만 가져다 요약해서 보여주는 듯 싶다. 최종 자세한 데이터를 보려면 결국 옐프 앱을 띄우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로컬 서치 자체를 애플에서 하는 듯 하다. 역시 핵심 기술에 대한 욕심은 버릴 수가 없었거나 시스템 구성상 그런 듯 한데, 이것 저것 해보면 많이 부족해보인다.

"iOS6로 업그레이드하고 Victoria를 검색했더니 호주의 Victoria로 가버렸어"라는 트윗이 있었는데, 비슷한 예로 영국 지도를 펼쳐놓고 Dover를 검색하면 미국 뉴저지주의 Dover로 이동한다 (뉴저지에서 검색해서 나름 배려였는지 모르겠지만). 이 외에도 애플 지도에 대한 불만들을 보면 애플 지도의 성숙도를 가늠해 볼 수있는 것들이 종종 보인다.

한국 지도. 우리나라는 지도 데이터 반출에 대한 제약이 있어서, Bing처럼 휑한 지도를 예상했었는데, 기능별 지원 국가 목록(http://www.apple.com/ios/feature-availability/)에 한국이 포함되어있어서 반신 반의하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막상 열어보니 예상보다는 잘 했지만, 실용적인 수준과는 거리감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보이는 지도와 미국에서 보는 지도가 다른 듯하니 자세한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아래 강남역 주변 지도 스크린샷은 내 아이패드에서 캡쳐한 것인데 사거리가 단순하게 나와있고 주변 골목길도 적은 반면,

트위터에 올라온 스크린 샷을 보면 https://twitter.com/dia1117/status/248518693997400065/photo/1/large  더 자세하게 나와있다. 혹시나 싶어 아이패드의 언어 설정을 한글로 바꿔 보기도 했지만 역시 마찬가지.

길찾기는 다 실패했는데 이 역시 한국에서 해보면 잘 될지도 모르겠다.

구글 지도를 줌인해들어가면 주요 POI(주요 건물, 편의점, 은행...)가 보이는데 이 POI를 터치/클릭하면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제법 편리한 기능인데 한국은 지원이 되지 않아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기능. 나중에 다음에서 적용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애플 지도에 도 이 기능이 적용되어 있다. 어떤 POI를 선택해서 보여주는가로 평가하면 역시 기초 수준이고 로컬 서치 역시 마찬가지.

수준이 낮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제약 사항이 많은 한국까지 포함해서 여러 나라를 동시에 론치한 것을 보면 꽤나 힘들게 일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기본 지도 앱을 바꾸면 다른 경쟁 사 지도(한국은 다음 지도나 네이버 지도)를 사용하면 되지만, 이번에 Maps API도 같이 바꿨기 때문에 iOS에서 돌아가는 거의 모든 앱의 지도는 애플 지도로 변경되는 것이고,  하루 아침에 지도가 사라지는 나라의 사용자들은 불만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 애플 입장에서는 무리를 해서라도 최대한 많은 국가를 지원할 수 밖에 없었겠다 싶다. 애플의 한국 지도가 많이 부족해 보여도 Bing 지도처럼 쓸 수 없는 수준은 아니지 않은가.

트위터를 보면 "iOS6는 업그레이드이지만 지도는 다운그레이드"라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제법 보인다. 그럼 왜 애플은 사용자들의 불만을 감수하고 지도를 갈아 엎었을까? 원래 어떤 계약 조건이었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http://www.forbes.com/sites/timworstall/2012/06/09/apple-is-about-to-reduce-googles-revenues/ 자세한 내용은 없지만 아마도 애플이 구글에 사용료를 지불해 왔었는가보다. 구글과의 앙숙 관계를 떠나서, 모바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도 서비스인데다 비용 지출까지 있었다면 자체 솔루션으로 이동하고 싶었겠지.

애플이 지도 서비스를 구글과 비슷한 수준으로 향상시킬 것인가 생각해보면, 나는 그럴것 같지는 않다. 기본적인 기능만 충족되면 불만이 없는 다수의 사용자와 특화된 기능들을 요구하는 사용자가 있을텐데, 기본 사용자 쉐어는 애플이 가져가고, 고급 사용자 쉐어는 다른 앱들(아마도 구글의 전용 지도 앱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고)이 충족시켜 주면 되기 때문.

최악의 시나리오는 애플 지도에 불만인 사용자들이 안드로이드로 갈아타는 경우일 듯 한데, 애플 입장에서는 그 수준만 넘겨주면 손해볼게 없다는 계산이 아니었을까 싶다.

2012년 7월 30일 월요일

나에게 스타트업이란...

97년에 처음 MFC를 배우면서 나와 주변 사람들이 사용하는 도구로 윈도우즈용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사용하다가 인터넷 쉐어웨어 사이트에 올렸었다. 처음에는 사용자의 반응을 알아 보는 의미에서 매달 특정 일에 사용이 강제 정지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 달에 사용이 정지되는 새로운 버전을 받을 수 있도록 올려두었다.  

사용자가 조금씩 늘어나더니, 사용자 중 한 명이, 돈을 지불할테니 사용 정지되지 않는 버전을 만들어 달라고 했고, 다른 쉐어웨어들의 가격표를 참조해서 급조해 만든 가격표를 보여주며, site license로 1,000불을 제시했다. 그래서 나의 프로그램은 뉴욕의 한 의료 보험 회사에 처음으로 팔려나갔다. 

그 후로 5년간은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날들이 이어졌다. 제대로 해보겠다는 마음에 6년째에 회사를 그만두고 full time으로 일했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 윈도우즈 95와 함께 무르익었던 군소 개발자들의 춘추전국 시대는 저물고 큰 업체들만 살아 남는 완숙기로 넘어가는 타이밍에 무모하게 1인기업으로 성공해보려고 했던 것이 패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이 프로그램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지금도 각별하다. 회사에서 하드웨어 보드 설계하고 납땜하던 시절에서 출발해서 뉴욕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기까지 몇차례의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는데, 이 쉐어웨어 개발 경험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말할 수 있다. 내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내서 만들고 사용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을 때의 희열은, 결정을 내릴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올 초에 뉴욕으로 이주할 때도 여러가지 문제로 고민했지만,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되는 요소중 하나는 막연하기는 하지만 미국에서 제대로 된 스타트업에 참여해 볼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그럼 이제 미국에 왔으니 스타트업의 꿈을 키우는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지금은 나와 가족들이 적응할 시기이고, 신분과 물리적인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현재로서는 열정적인 마음이 드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인 듯. 그냥 스타트업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되니까.

2012년 7월 3일 화요일

마이크로매니지먼트와 자발성

대부분의 사람은 작든 크든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자기 방식대로 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마이크로매니지먼트(micromanagement)를 많이 구사하는 매니저는 직원을 충분히 신뢰하지 않고 너무 많은 것을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 큰 목표 보다는 작은 목표만 위임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수시로 중간 결과를 체크하고 수정한다. 

직원이 수행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거나 숙련도가 낮은 경우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는 일회적/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매니지먼트가 반복되면 큰 그림에 대한 이해는 형성되지 않은채로, 부정적인 피드백이 누적되면 직원은 수동적인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다. 즉 스스로 목표와 방법을 설정해도 궁극적으로 매니저에 의해 번복되거나 변경되기 때문에 스스로 방향을 설정할 의욕을 상실하게 되고, 지시를 기다리게 된다. 이 때 매니저가 의견을 물어보면 본인의 생각이 있어도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하게 된다 - 어차피 까이게 될테니까. 일을 해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 심한 경우 일 자체를 착수하기를 기피하게 된다. 일을 해도 부정적인 평가가 돌아오고 일을 하지 않아도 부정적인 평가가 돌아온다면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나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매니저가 지시한 일이라고 해도 직원의 의견이 가미되고 자신의 성과라는 느낌이 들고 그 진행과정의 독립성이 보장되면 자발성이 급격히 증대된다.  실제 사례로 기여도(impact)가 작지 않은 일이지만 본인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일을 담당하던 직원이 있었다. 그 직원은 계속 본인이 하는 일의 기여도가 매우 미미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해당 업무의 가치를 낮추어 업무에 착수하지 않으려고 했다. 처음에는 일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가보다 싶었었는데, 어느 날 다른 자그마한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하고 며칠 동안 아주 열중해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아이디어의 예상 기여도는 매우 작은 것이었다. 왜 그토록 싫어하는 기여도 낮은 일을 즐겨하는지 반문하니 본인도 멋적었는지 엉뚱한 이유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예쁘고 화려한 집주인의 정원 보다 자갈밭이어도 자기만의 텃밭 가꾸기가 훨씬 신난다는 이야기. 좋은 매니저는 이 점을 잘 이용하는 사람이다. 스스로 생각해 낸듯 상황을 만들어주어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게 하면서 방향은 매니저가 생각하는 곳으로 향하게끔 만드는 매니저.

나이가 중요한 사회

외국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호칭도 수평, 조직 문화도 수평이어서 좋다고들 이야기한다. 나도 나이와 상관없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 대화하고 일하는 우리 회사가 좋다.


그런데 이게 사적인 영역에서는 아직도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아이의 친구가 '하이 정큰'이라고 내 이름을 불러대는 건 그냥 그런가보다 하겠는데, 옆집 초등학교 아이와 경주하면서 놀아주다가 살짝 져주면서 '너 잘하는데'라고 칭찬해줬더니 돌아온 반응 '너도 잘하는데~'를 듣는 그 순간 어색함과 느끼함이란...


왜 나는 초등학교 아이로부터 수평적인 관계가 되는 순간 마음이 불편했을까? 어려서부터 어른 말씀 잘 듣고 잘 따르도록 배워왔기 때문인 듯. 대학교에서도 선배에게 깍듯이 존댓말을 썼고, 회사에서는 상사의 말을 잘 이해하고 따르는데 중점을 두어왔으니... 오랜세월 몸에 베인 그 관계가 뒤집히며 아이에게 칭찬을 들으니 불편할 밖에.

그런데 왜 나는 15살 어린 팀장과 불편하지 않게 일하고 있는 것일까? 나보다 한참 어리지만 팀장으로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없는 것은 결국 지금 팀장이 똑똑하고 아는 것 많고 대화를 통해 일을 끌어나가는 리더쉽을 보이기 때문인 듯 (여기에 나의 어눌한 영어가 두 몫 더 해준다). 즉 상대방의 생산성이 나의 생산성 보다 높다는 것을 인정할 만한 충분한 근거들이 있고, 그 생산성의 차이를 논리적인 대화 방식으로 객관적으로 인정하게끔 만들어주는 분위기가 조화를 이루는 듯하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볼 때, 우리나라 사회는 개개인의 능력 및 생산성의 차이 보다 나이에 따른 경험 축적에 기반한 능력차이가 더 큰 역할을 하는 사회 구성이었기 때문에 나이에 따른 수직 관계가 사회 질서 유지 방법으로 자리 잡게 된 것 아닐까 하는 ...역사적 근거 자료 없는 추론.

2012년 6월 13일 수요일

애플의 지도 서비스

지난번 글에서 썼던 예상과 비슷하게(?) 네비게이션은 외부 업체 Tom Tom, 로컬서치는 옐프로 가는 듯하다. 적극 찾아서 사용해 볼 생각까지는 없지만 궁금해서 한 번 써보고 싶기는 하다.

구글 맵스에도 각종 화려한 기능들이 있는데, 이런 기능들의 대체적인 문제점은 그 기능이 적용되는 지역이 얼마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맵에 45도 각도에서 볼수 있는 위성 사진 기능이 있는데, 뉴욕 조차도 적용되지 않아서 어느 도시가 적용되는지 찾아 헤매야 하는 수준이다. 커버리지가 떨어지면 그냥 한번 가지고 놀아보는 장난감으로 전락하기 쉽다. 애플의 3D fly over기능도 커버리지가 보장되지 않으면 같은 문제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이라면 3D와 실질적인 정보를 결합하는 기술을 선보이지 않을까 살짝 기대했는데 데모에서 보여준 것은 없었다.

지도데이터는 Tom Tom에 의존하는가 본데, 데모에서 보여준 것만으로는 어느정도 품질인지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줌인해서 들어가보면 좀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이 보일것 같이 생기기는 했는데 그저 추측일 뿐. 

지역 검색은 옐프가 검색 엔진까지 전담하는 관계이면 당연 품질이 좋을텐데, 엔진은 애플 자체적으로 유지하고 싶어할 것이라, 어떤 관계일지 궁금하다. 어째든 리뷰 사진은 옐프에서 끌어오는 것은 명백한 사실로 이해가 되니 검색 결과의 비지니스 페이지의 컨텐츠 품질은 일단 보장 받고 시작하는 셈이다.

서비스 시작부터 검색이나 지도의 품질이 좋을것 같지는 않지만, 기본 기능인 지역 검색/네비게이션을 제공하니, 아이폰에 기본 설치된 앱을 외면하고 구글맵을 깔아서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듯 하다. 마치 한국에서 구글 지도인지도 모르고 구글 지도를 쓰는 사용자들처럼...

2012년 6월 11일 월요일

WWDC에서 발표될 애플 iOS6의 새로운 지도 서비스

다음 주 WWDC에서 애플이 자체 서비스하는 지도를 내놓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고, 주로 언급되는 특징은 3D 지도인 듯하다. 구글 어스/맵스에도 3D기능이 있어서, 아이와 맨해튼의 아는 곳을 헬리콥터로 날아다니며 구경하듯 놀고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3D기능에서 특별한 효용성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애플이 내놓으면 뭔가 또 새로운 세상을 열어놓게 될지도 모르니 막연한 기대감이 들기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회의적이다.

(지역 검색이 나의 직업이다보니 당연히 그럴수 밖에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안드로이드폰에서 구글 맵스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음식점, 카페, 상점, 공원 등의 장소를 찾고 네비게이션을 이용해 찾아가는 것이다 - 한국에서는 구글 지도가 길찾기가 되지 않아서 아이나비와 T 맵에 의존했지만, 미국에서는 주말마다 항상 이용하는 필수 기능이 네비게이션. 와이프의 아이폰에는 구글에서 만든 지도/네비게이션이 없으니 불편해서 애플이 자체 지도로 갈아타고 구글 맵을 선택 설치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생각.

아이폰의 지도는 현재 길찾기까지만 제공하고 네비게이션 기능은 없으니, 이번에 지도 서비스를 바꾸면서 네비게이션도 지원해야한다는 부담감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것이고, 네비게이션은 구글이 무료 제공해서 관심을 받았을 뿐이지 기존의 네비게이션 회사의 제품과 비교해서 특별히 뛰어난 특징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필요하다면 기존 네비게이션 회사에서 아웃소싱해서 제공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사실 애플의 이번 지도 서비스 교체의 개인적 최대 관심사는 지역 검색. Siri에서 지역 검색 결과를 옐프(Yelp)가 담당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옐프가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막연히 추측. 만약 옐프에 지역검색을 맡기면 옐프가 없는 국가는 어떻게 될지도 궁금.

2012년 6월 8일 금요일

우리나라에 맛집/여행 블로그 글이 많은 이유


우리나라에는 음식점/카페/여행과 같은 지역 정보성 블로그가 많이 있다. 몇 년 전 회사에서 블로그의 맛집/여행 글들을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했는데, 다른 나라 팀에서 이미 하고 있거나 아이디어만 가져가면 어쩌나 싶어 은근히 걱정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해보면 반응은 생각보다 냉냉했고, 블로그에 맛집/여행 정보를 열심히 올리는 나라는 우리 나라와 일본이 거의 전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관심 받기를 원한다. 항상 주변 사람의 눈치를 보고 신경을 쓰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자신을 확인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블로그 글을 구독하고, 검색으로 찾아오고, 댓글을 남기고, 추천 버튼을 눌러주기를 바란다.

블로그의 핵심은 글이고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관심있어 할만한 내용을 제공해야한다. 그것은 단순한 낚시성 제목일 수도 있고, 정보일 수도 있고, 웃기는 사진일 수도 있고, 야한 농담일 수도 있고, 통찰력있는 견해일 수도 있다.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거나 즐거움이나 감동을 줄 수 있는 글 쓰기 능력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지만, 음식점이나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은 상대적으로 쉽게 하나의 글을 완성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이 우리나라 블로그 글에 음식점이나 여행 블로그 글들이 많은 이유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2012년 6월 7일 목요일

한국 가족들과의 연락 - 스카이프, 구글플러스


몇 년 전부터 장기 해외 출장이나 파견을 나올 때, 한국의 가족들과 연락하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였다.
1) 070 전화기
2) 블로그
3) PC 스카이프

070 전화기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해외로 나오는 사람들은 필수품이 된 듯해서 특별히 언급할만한 내용은 아닌 듯 싶고...

블로그는 아이의 소식을 사진으로 전하는 매체로 주로 사용했었다. 하지만 블로그는 단점이 있는데, 불특정 다수에게 사생활이 과도하게 노출된다는 점과 공개된 매체이다 보니 마음 편히 사진을 올리고 댓글을 달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미국 나올 때는, 양쪽 부모님에게 구글플러스 계정을 만들어 드리고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서 사용법도 알려드렸다 .(워낙 사용법이 복잡해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덕분에 부담없이 아이 사진도 많이 보여드릴 수 있고, 댓글도 훨씬 많이 달아주시고 있을뿐 아니라 부모님들도 종종 사진을 올려서 소식을 전해주신다. (블로그라면 거의 불가능한 일)

몇 년 전 스카이프로 서로 얼굴을 보며 해외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분명 혁신적이고 대단히 매력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PC에서 스카이프로 화상 채팅을 해보니 조금씩 활용 빈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물리적인 것으로 국한해서 이야기하자면 화상 채팅을 즐기는데에 제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들이 있었다. 일단 화상채팅을 하려면 양측 모두 PC가 있는 책상 앞에 앉아 있을만한 시간(주말 오전이나 저녁)이어야하고, PC가 있는 책상 앞에 달라 붙어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경험이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아서 몇번 반복하다 보면 점점 시들해지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화상 채팅을 위해서 양쪽 부모님께 아이패드를 사드리고 스카이프를 설치해드렸다. 지금까지는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효과가 좋은 편. 일단 소파에서도 편하게 대화가 가능하고, PC 부팅하는 번거로운 시간이 없고, 내가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출퇴근 길이나 차 안에서 한참 기다리는 동안에도 화상 통화를 할 수 있으니, 서로 통화 가능한 시간대가 훨씬 늘어나게 된다. 책상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PC와는 달리 집이나 동네 길을 구경시켜 드릴 수도 있고, 후방 카메라로 부모님의 전화기나 PC를 보면서 고쳐드릴 수도 있다. 멀리 떨어져 살다 보면 대화의 소재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점의 하나인데, 대다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 저것 서로 보면서 이야기하면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여지도 늘어나는 장점도 있다.

며칠전 해외에 흩어져 사는 가족들을 스카이프 화면으로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구성해서 찍은 사진 작품이 뉴욕타임즈에 실렸었다.
http://www.nytimes.com/interactive/2012/06/03/magazine/skype-portraits.html?ref=magazine
개인적으로 이 사진 작품들 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한 가지 끌리는 것은 화면의 크기. 통화 상대편이 실물 크기로 내 방이나 거실의 벽에 보이면 어떨까 상상을 해보면, 지금 모바일디바이스보다 훨씬 가까운 느낌을 유지할 수 있을듯 싶다. 해상도까지 높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고...

유연한 근무 환경의 선행 조건

우리 회사는 근무 시간이 자유롭다. 나는 뉴저지에서 뉴욕으로 출근하는 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막히는 시간을 피하기 위해서 주로 아침 8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한다. 내 뒷자리에서 일하는 우리 팀 사람은 11시 반에서 12시 사이에 출근하고 7시 정도에 퇴근한다 (더 늦게 가는 경우도 종종 있는 듯). 처음 입사했을 때 코드 리뷰를 해주던 사람은 육아 문제로 캐나다에 있는 집에서 일하고 있었다. 오전에 집에서 일하고 점심에 놀다가 밤에 다시 일해도 되고, 매일 그러면 아마도 짤리겠지만 가끔 하루에 4시간만 일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2년 전에 같은 팀에서 일했던 사람은 오전 11시 즈음에 나와서 6시 조금 넘으면 집에 가고는 했다. 집에서 더 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점심 시간 30분 빼면 6시간 반 일하는 셈이다. 한국 회사 같았으면 꽤나 얄미워 보였을텐데, 일을 워낙 잘하니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회사의 업무는 3개월 단위로 목표를 정하고 달성하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이 친구는 1달 반 가량은 뭐하는지 잘 모르겠다가, 후반부로 가면 목표했던 것을 마구 쏟아낸다. 일하는 시간이야 어떻든 서로 합의한 결과물만 만들어낼 수 있으면 된다.

우리 회사는 1주일에 하루 정도는 자유롭게 집에서 일할 수 있다. 개인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집에서 일하면 딴짓하고 싶은 충동을 종종 느낀다. 그리고 실제로 한 두 시간 정도 딴짓을 하는 날도 있다. 하지만 순수 근무 시간의 총합은 항상 8시간을 넘기게 된다. 약간의 양심과 수십년간 길들여진 한국식 사고방식의 잔재도 기여를 할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진짜 이유는 6시간 일하는 친구보다 8시간 넘게 일하는 내가 더 성과를 많이 낼 자신이 없기 때문일 듯 하다. 주변에 머리 팽팽 돌고 능력있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다 보면 X줄 타는데 일하는 시간마저 줄이면 결국 손해보는 사람은 나다.

트위터를 보면 우리나라 회사에서도 재택 근무를 많이들 시행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상사가 집에서 일하는 부하 직원을 믿지 못해서 불만들이 꽤 높은 듯 싶다. 실제 상황을 겪어보지 않았으니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가 그 상사의 입장이었으면 똑같이 불신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경험했던 우리나라 회사의 근무 평가 분위기는 객관적인 성과 중심이 아니거나 공정하지 않고 애매한 영역이 많아서 딴짓/딴생각의 충동을 눌러가면서 일에 집중해야할 이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근무 환경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양심과 관리자의 신뢰가 필요하다기보다, 평소 근무 시스템 자체가 통제와 감시가 없어도 돌아갈수 있게끔 바뀌어야한다.